자유게시판

죄인의 삶도 소중하나니...

2010.07.08 03:50

장인송 조회 수:2301

 

 

저는 2003년11월부터 3년 2개월 동안 서울시립대학교 사무처장으로 근무했습니다. 근무를 시작한지 한 달여가 지났을 무렵 사무처장의 일정을 전담하는 서무주임이 오늘은 학교 앞 교회에 행사가 있어 조금 일찍 퇴근하겠다고 제게 양해를 구했습니다. 말이 양해지 먼저 나갈 터이니 혹시라도 서무주임을 찾아서 곤란하게 만드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통보인 셈입니다. 그러시라고, 저도 위해서 기도하겠노라고 말을 보탰더니 서무주임이 제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처장님도 교회에 다니세요?”라고 물었습니다. 뭐라? 처장님도 교회에 다니느냐고? 저는 약간의 심술을 보태서 받아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습니다. “아니, 내 얼굴이나, 아니면 헌법 부칙조항에라도 장 인송이는 교회에 다니면 안 되는 사람이라고 규정되어 있나요?”


그때 이미 제가 교회에 다니기 시작한지 23년이나 되었는데, 도대체 내 모습이 어떠했으면 나한테 그런 질문을 하게 되었을까? 그 서무주임뿐만이 아니라 주변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들 제가 교회에 다니고 있으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않고 있었으며, 무슨 이야기 끝에 행여 제가 교회에 나간다고 하면 고개를 갸우뚱하기 일쑤였습니다. 그 당시 몇몇 부나방 같은 권력추종자들이 정권실세를 따라 교회를 옮기거나 심지어는 개종까지도 하는 경우 없는 짓거리가 세인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었는지라, 마치 너도 그런 무리나 부류 중의 하나가 아니냐는 듯한 표정을 은근히 지으면서. 비록 그때까지 저는 영락없는 주일예배꾼(sunday churchgoer)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렇게 저까지 도매금으로 몰리는 것은 억울했습니다. 서무주임은 제가 되묻는 말에는 별다른 대꾸가 없이 방에서 나갔습니다.


퇴근시간이 지나자 서무주임이 다시 제 방에 들어왔습니다. “처장님 나오세요.” 지금까지 사무처장을 모시느라 벌벌대던 부하직원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무슨 소리냐는 듯이 묻고 있는 저의 눈빛도 아랑곳하지 않고, “빨리 나오세요. 교회 가셔야죠.” 라고 사뭇 명령조이었습니다. 한 나절도 안 되는 사이에 어느새 전세가 완전히 역전되어 있었지요. 인간의 모습으로 있을 때는 나약한 부하직원에 지나지 않더니 하나님의 군병으로 나타나서는 도대체 겁을 모르는 모양이었습니다. 이것이 김 집사님과 주안에서 동반자로 함께 걷고 있는 오랜 여정의 첫걸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하나님은 이 미천하고 볼썽사나운 죄인을 의의 외로운 길로 인도하여 주시기 시작하셨습니다.


작년 한 해 꼬박 미국 미주리에 머무는 동안 하나님은 당신의 인자하심으로 저를 세밀하게 담금질하셨습니다. 내가 범한 헤아릴 수 없는 잘못과 허물과 죄악으로 말미암아 나는 결국 죽을 수밖에 없거니와, 비록 나는 하나님의 보응으로 죽을지라도 내 이웃에게만은 생명의 길을 전해줄 책임이 내게 있음을 절절이 깨닫게 해주셨습니다. 에스겔 선지자는 “네가 깨우치지 아니하거나 말로 악인에게 일러서 그의 악한 길을 떠나 생명을 구원하게 하지 아니하면 그 악인은 그의 죄악 중에서 죽으려니와 내가 그의 피 값을 네 손에서 찾을 것이고”(겔 3:18) 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작정했습니다. ‘부끄럽고 수치스럽고 손가락질 당하는 인생살이도 역시 하나님이 허락하신 삶이다. 그러므로 지금의 나의 나 된 것을 하나도 숨김없이, 빠짐없이 기록하자. 이 글들을 단 한 사람이라도 읽는다면 그리고 그로 인해 단 한 생명이라도 하나님께 돌아온다면 그것으로 하나님께 한없이 감사하자’ 라고.

 

 

사랑하고 존경하는 콜럼비아 제일장로교회 성도 여러분,

윗글은 제가 지금 쓰고 있는 신앙일기(spiritual journal)의 서문입니다.

더운 여름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형제 자매님들 모두 건강한 여름나기를 위해 기도합니다.